동안(童顔)이라는 이름의 무게
어버이날과 윷놀이에 실어 보낸 하루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골 마을의 어버이날 잔치에 참가했다. 서른 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 스무 명의 주민이 옹기종기 모였다. 팔순의 고개를 넘나드는 어르신들인데, 깊게 파인 주름 사이로 6대 4 정도 여성분이 많다. 두 번째 서른을 넘긴 나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젊은 축에 속한다. 아이와 젊은이가 없는 오늘날의 농촌 분위기를 말해 준다.
1차 모임은 읍내의 식당에서 진행되었다. 올해 팔순이 되는 세 어르신의 축하 케이크 커팅과 합창 그리고 즐거운 식사가 이어졌다. 2차 모임은 마을 회관으로 돌아와 윷놀이 게임으로 이어졌다. 1등은 20만 원 상당의 압력밥솥과 주방 기구를 두고 벌이는 승부는 정겨우면서도 치열했다.
토너먼트로 진행된 이번 윷놀이 게임에서 세 명의 결승 진출자가 가려졌다. 두 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결승까지 진출한 한 명의 남성이었으나, 결승전을 두 어머니께 기꺼이 내어주며 3등의 자리에 머물렀다.
이후 복식 윷놀이가 벌어졌다. 나는 파트너의 눈부신 활약으로 4전 전승으로 개인상금까지 거머쥐었다. 참으로 운 좋은 하루였다.

나이를 묻는 어색한 경계
이번 어버이날에도 처음 뵙는 마을 분들이 계셨다. 타지에 살다 온 며느리와 사위들이었다. 50대인 그들과 통성을 나누다 보면 이내 묘한 공기가 감지된다. 내 나이를 건네는 순간, 그들의 눈동자엔 당혹감이 스친다.
“아, 형님이셨군요”라며 급히 머리를 조아리는 그들 앞에서 나는 어색한 침묵 속으로 침잠한다. 타인의 당황은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선 환대다.
하대를 겪은 그늘진 시간
오래전 나는 내 스스로 동안(童顔)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20대 성인이 되어 친구들과 극장을 갈 때엔 항시 신분증을 소지해야 해야만 했다. 친구들에 비해 왜소하고 어리게 보여 미성년으로 취급을 받아서였다.
30대에 와서는 신분증 제시까지는 없었지만, 초면에 반말을 던지는 이들의 무례함은 불만 아닌 불만이 되었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꺼리는 이유도 되었다.
언젠가 함께 문학을 하던 지인이 내게 건넨 조언이 떠오른다. ‘동안’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것을 삼가라는 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동안부심’이라는 오만한 자랑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야 뒤늦게 깨달았다.
동안부심
‘동안’이라는 단어는, 나에게는 방어기제이자 고충이었음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자랑이 아닌 고백이었던 그 단어가 타인의 시선 속에 이렇게 비춘다는 것처럼, 내 주변에게 또 무슨 실수를 하는지 자주 들여다보아야겠다.
2026.5.8 어버이날에…

인기 추천정보
▶일상에세이 바로가기 ☞
▶생활의발견 바로가기 ☞
▶일상소식 바로가기 ☞
독유당 혼놀 이야기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