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 ‘날 찾지 말아요’


잊히기를 소망하는 시골 독백

독유당(獨遊堂) 혼놀이야기 모음

고독의 독백 27세 클럽

서양에서는 27세에 요절한 아티스트들을 묶어 ‘27세 클럽’이라 부른다. 영원히 27세로 남게 되었다고 해서 ‘Forever 27 Club’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클럽에서 내가 좋아하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디바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그라피티 아티스트 바스키야가 있다. 이를 우리나라 예술인에게 적용해 보면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이었던 송몽규 시인이 떠오른다. 여기에 나는 스물여덟의 나이로 아쉽게 세상을 떠난 가수 장덕을 가만히 포함시키고는 한다.

장덕의 노래에 얹는 나의 독백

요절한 장덕이 생각날 때 찾아 듣는 7080 음악이 있다. <날 찾지 말아요>이다.

“날 찾지 말아요 날 그냥 내버려 둬요 / 아무리 애써도 당신께 돌아가긴 싫어요 / 난 사랑을 몰라요 사랑을 할 줄 몰라요 / 이제 다시는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래 / 혼자 있고 싶어요 / 방황을 벗 삼아서 날 잊어주세요 / 저를 그냥 그냥 내버려 둬요”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고 잡념이 피어오를 때 나는 이 노래를 찾게 된다. 애절한 가사를 포근히 감싸 안는 차분한 피아노 반주가 번잡한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도 하는데, 나 또한 아무도 찾지 말아 달라는 비현실적 독백을 장덕의 노래에 슬며시 얹기도 한다.

장덕, 날 찾지 말아요 유튜브 듣기

장덕, '날 찾지 말아요' 1

시골집 단무지 한 조각의 상징

시골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시나브로 세상 소식들과는 서서히 멀어진다. 어쩌다 연락이 닿은 이들과 카톡이나 전화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시골 이장을 맡아 마을 일에 앞장서 보라거나, 아예 주소지를 시골로 옮겨 소소한 복지 혜택이라도 챙기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그러나 나는 두 가지 조언들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은 또한 홀로 지내는 나의 식생활에 대해서도 염려 섞인 질문을 던진다. 반찬은 무엇을 해 먹는지, 단조로운 시골집에서 심심할 때는 어떻게 견디느냐는 물음이 빠지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그저 김치와 된장국 한 그릇으로 하루를 달래는 스님의 일상 같다고 말이다. 그러고는 일본의 다쿠앙 스님처럼 시골집 냉장고에도 단무지가 떨어질 날이 없다며, 나의 소박한 쥐코밥상을 그들의 상상 속에 넌지시 얹어두고는 슬며시 미소 짓기도 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그의 소설 <도련님>을 통해 “서로 속고 속이면서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인가 보다”라며 인간 세상의 쓸쓸한 이면을 탄식한 바 있다. 그러나 내가 시골집에 홀로 머무는 것은 세상에 대한 절망이나 환멸 때문은 아니다. 장덕의 노래처럼 나를 내버려 두라 소망하는 것은, 세상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그저 고독을 즐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일 뿐이다.

장덕, '날 찾지 말아요' 2

잊히기를 소망하는 아다지에토

시인 뤼케르트의 시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의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말러의 교향곡이 있다.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인데, 이 교향곡을 들으면 애틋하고 고요한 선율처럼 나 또한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그저 조용하게 잊혀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누군가의 눈에는 지극히 편협하고 외로운 고집으로 보일지라도, 나는 이 평온한 잊혀짐이 내 취향을 위로해주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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