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구석에 맴도는 서정의 온도


채은옥 <지울 수 없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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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마주하는 새벽의 온기

새벽비가 내린 후 쌀쌀해진다는 전날 일기예보가 있었다. 올가을 처음으로 전기장판의 온기를 켜고 잠을 청했었다. 찬 기운이 스며드는 새벽 공기와 이불속 안락한 온기 사이에서 쉽게 기상하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시골집에 머문 지 3주째, 다시 도시의 불빛이 그리워진다. 마침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할 ‘포레스텔라’ 음악회 일정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서로 다른 취향을 즐기다

아내는 평소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팬텀싱어’나 ‘싱어게인’ 과 같은 오버크로스 음악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출연자들의 서사와 긴장감 넘치는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묵직한 감동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주말에 함께 갈 ‘포레스텔라’ 공연 역시 그러한 음악적 결을 지닌 콘써트이다.

7080 포크기타의 서정적인 멜로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크로스오버 음악이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팬텀싱어’나 ‘싱어게인’ 같은 분위기의 음악프로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랬기에 보컬의 이름조차 생소했는데, 멤버 중 한 명이 은반 위를 누비던 피겨 여왕 김연아의 남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음악적 취향은 다르지만, 계절을 함께 통과하는 마음만은 닮아 있다.

가슴 한구석에 맴도는 서정의 온도 1
아내가 응모하여 당첨된 음악회 커플 티켓

찬 바람과 함께 돌아온 7080의 피아노 선율

싸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은은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던 그 시절의 대중음악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7080 시대가 품었던 특유의 아날로그적 서정성. 그 대표적인 결을 지닌 곡을 꼽으라면 단연 채은옥이 부른 〈지울 수 없는 얼굴〉이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작사가들이 있다. 박건호, 이경미, 그리고 임선경이다. 올여름 우연히 “지울 수 없는 얼굴”을 작사했던 임선경 작사가의 블로그(임선경의 아침편지)를 보았다. 혹시나 하여 “지울 수 없는 얼굴”을 검색해 보았더니, 당시 이 노래 작사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부르는 노래와 듣는 노래의 차이

임선경 작사가는 당시 이 곡에 큰 애정을 품었고 히트하리라 확신했으나, 기대만큼 대중의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연말 작사 대상 후보까지 올랐음에도 끝내 수상에 미치지 못했던 당시의 아쉬움이 글귀마다 짙게 묻어났다.

그녀는 글에서 ‘부르는 노래’와 ‘듣는 노래’는 엄연히 다르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부르기 쉬운 곡은 가사가 간결하고 멜로디가 단순한 반면, 듣는 노래는 곡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와 감정선이 깊어 따라 부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찬찬히 음미할수록 깊게 공감 가는 고백이다.

가슴 한구석에 맴도는 서정의 온도 2

나의 최애 노래, 지울 수 없는 얼굴

<지울 수 없는 얼굴> 채은옥

지울 수 없는 얼굴 하나가
내 가슴에 남아있네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어두운 찻집에서
다만 나 혼자 불빛을 바라보는데

지울 수 없는 얼굴 하나가
내 가슴에 남아있네

한 줄기 낙서조차 할 수 없는 텅 빈 가슴
처음부터 시선은 나도 모르게
허공을 향하는데

밖에는 비가 그쳤을까
바람이 멈췄을까

지울 수 없는 얼굴 하나가
내 가슴에 남아있네

아직도 느껴지는 그대의 따스한 체온
우리가 만났던 그곳에
낙엽이 쌓였을까

가을 길목에서 홀로 찾아든
낯익은 찻집에서

지울 수 없는 얼굴 하나가
내 가슴에 남아있네
.

가을의 길목에서 곱씹는 애틋함

노랫말 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흔드는 구절이 있다.

“아직도 느껴지는 그대의 따스한 체온
우리가 만났던 그곳에
낙엽이 쌓였을까“

이 문장을 나직이 읊조릴 때면 지나온 시간의 한 자락이 애틋하게 피어오른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올가을, 잊고 지내던 서정을 일깨우는 채은옥의 〈지울 수 없는 얼굴〉을 곁에 두고 자주 청해 들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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