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낭만과 불편함
시골집의 환대
3주 만에 다시 찾은 시골집. 마당 구석에서 기척을 살피던 길고양이가 반갑게 나를 반긴다. 건너편 전깃줄 위에는 어엿하게 자란 새끼 참새들이 떼를 지어 종알거린다. 한동안 가뭄이 지나갔다더니, 마당 텃밭에는 보랏빛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고, 빨간 고추가 여름 햇살 아래 탐스럽게 익어간다.
말복을 지나 처서를 기다리는 즈음이지만, 시골의 무더위 역시 도시 못지않게 매섭다. 안방과 마루 청소를 말끔히 하고, 자주 쓰는 이불과 베개를 마당에 펴서 볕을 쬐인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비 오듯 맺히고 온몸이 땀에 젖어든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냉장고 깊숙이 보관해 둔 차가운 맥주 한 잔을 들이켜는 순간, 온 마음이 차분한 평온으로 물든다. 행복한 순간이다.

시골집의 불청객
이런 소박하고 아늑한 안온함이 좋아 나 홀로 시골집을 자주 찾는다. 아내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 홀로 시골집에 머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시골집의 불청객, 벌레들 때문이다.
지금도 간호사로 살고 있는 아내이지만, 벌레 한 마리만 보여도 질색하곤 한다. 가끔 지네마저 출몰하는 시골집 환경은 아내에게 있어서 지옥이 따로 없을 듯하다. 그 공포의 마음을 알기에 아내에게 시골집 동행을 권할 수 없다.
시골집에 머물다 도시로 나갈 때면, 매번 세탁을 위해 사용하는 이불을 가지고 갔었다. 하지만 이번엔 가벼운 여름 이불이라, 안방 문을 열어둔 채 소파 위에 펼쳐놓고 갔었다. 서향(西向)인 시골집은 오후가 되면 안방 가득 강렬한 햇살이 깊게 들이치기에, 언제나처럼 이불은 자연스레 보송보송한 일광욕을 마친 상태였다.
시골집에 머문 지 삼일 채 되던 날이었다. 첫날과 이튿날과는 달리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진드기 같은 벌레에 물렸는지 팔과 등짝이 몹시 가려워서였다. 급한 대로 연고와 물파스를 발라보았지만 가려움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뿐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시골살이의 다정한 예감
시골살이에는 수많은 낭만 뒤로 현실적인 불편함이 늘 함께 따라붙는다.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소소한 장점과 단점들이 수시로 교차한다. 나에게 시골살이의 가장 큰 장점은 조용한 안온함 속에서 글을 읽고 쓰는 기쁨이며, 단점은 역시나 지네를 비롯한 갖가지 벌레들과의 대치 상황이다.
하지만 나에게 벌레는 아내와는 달리 공포라기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하는 불청객 정도이다. 연고를 바르고 자주 청소하는 수고로움만을 더한다면 충분히 다독이며 살아갈 수 있는 정도다.
계절의 결을 따라 피어나는 다정한 풍경 속에서 한적함을 만들어주는 조용한 시간들이 있기에, 지금의 나의 시골살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길게 이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불편함을 동행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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