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추운 겨울밤의 전언


차가운 계절의 단상

독유당(獨遊堂) 혼놀이야기 모음

시골집 추위가 부르는 소리

작년부터 기상청의 한파주의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시골 빈집 때문이다. 남도의 추위야 서울의 칼바람보다는 유순하지만, 시골의 수은주가 영하 1~2도가 아닌 영하 6~8도가 예상되면 수도와 화장실 동파에 신경이 쓰인다. 나름대로 동파 방지를 위해 대비는 해놓았지만, 몇 년 전 화장실 동파 경험이 있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엊그제 주말, 울산에 머물던 중에 한파주의보 뉴스를 보았다. 대한(大寒) 추위가 전국적으로 찾아온다는 예보를 접하고, 월요일이 되자마자 부랴부랴 시골집으로 내려왔다.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곳을 떠난 지 3주 만이다.

정적에 묻힌 얼음 왕국

시골집은 정적 속에 한파의 기운이 가득했다. 안방과 건넌방은 얼음 냉골이 되어 있고, 시골집에 오면 항시 맞이해 주던 길고양이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당 텃밭에 아직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파는 냉해를 입은 듯이 하얗게 말라있다.

서둘러 보일러를 가동하여 얼어붙은 집안에 열기를 불어넣는다. 다행히 서향집이라 오후의 볕이 깊이 들고, 떠날 때 방문을 활짝 열어두었던 터라 습기는 없어 보인다.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평소라면 구석에서 발견되던 이름 모를 벌레들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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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우는 추운 겨울밤의 전언 1

고독이라는 이름의 사치

전기밥솥에 쌀을 안치고, 작은 솥에 구수한 둥굴레와 강냉이를 넣어 차를 끓인다. 마루에 작은 히터를 켜고 책상에 앉으니 그제야 시골집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책상 밑으로 언 발을 쭉 뻗고, 시골집 낭만의 하나인 믹스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채 창밖을 내다본다. 시골집에 오면 “항시, 매번, 어김없이” 떠오르는 법정 스님의 문장이 주문처럼 흘러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오랜만에 홀로 있는 내 자리를 되찾았다. 이 고요와 한적을 무엇에 비기리.” 세상 그 어떤 화려함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행복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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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세상의 소음

지난 주말은 장모님의 기일(忌日)을 맞아 울산에 머물렀었다. 막내 사위인 나를 포함하여 전국에서 네 쌍의 부부가 모였다. 경건하게 제사를 지내고 음복을 하며 장모님의 추억을 기렸다. 이후 맥주잔을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안주처럼 오갔다. 하지만 예전만큼 세상이야기에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관심보다는 오히려 피로감이 느껴졌다.

광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최근 들어 부쩍 속세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나의 태도가 과연 온당한 것인지 자문해 보았다.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는 “누구든 마음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고 했다. 비단 슬픔이 아닐지라도 걱정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해 누나와 연령생인 아들이 서른 줄에 들어섰다. 미혼인 두 아이의 앞날을 생각하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비슷한 처지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내가 가진 긴장감이 남들보다 헐거워져 있음을 깨닫는다. 이것이 삶의 매너리즘인지, 아니면 나에게 늦깎이 중2병이 찾아온 것인지 알 수 없다.

겨울이 건네는 조언

이번 대한(大寒) 추위는 길고 매서울 것이라 한다. 어쩌면 이 추위는 나에게 혼자 노는 즐거움에만 탐닉하지 말고, 뼈 시린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라는 자연의 계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고요한 시골집, 이 길고 긴 겨울밤이 나에게 던지는 차가운 질문을 피하지 않고 마주해야 할 시간임을 인정해야겠다.

독유당(獨遊堂) 혼놀이야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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