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땅끝

문상을 겸한 짧은 서울여행
고흥반도 녹동항이 지도의 끝은 아니지만
서울이라는 아득한 이름 앞에서는
이곳 시골집도 해남의 땅끝 마을과 다르지 않는 마음의 거리를 지닌다.
죽마고우의 모친상 비보에 잠시 서울에 다녀왔다.
친구의 슬픔에 어깨를 빌려주고 돌아오면서
러시아워의 후텁지근한 공기와 인파를 헤집고 지인을 만났다.
맥주를 마시며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서울의 바쁜 저녁시간을 보냈다.
영등포구 신림동의 작은 백화점에서 첫 신입시절이 스쳐갔다.
저 허황한 빛과 소음의 도시에서,
저 번잡한 인파 속에서,
3년이란 서울살이를 내가 어찌 견뎠을까…
사람은 역시 한때가 있는 모양이다.

홀로 깊어지는 은둔의 미학
다시 시골 일상으로 돌아왔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마당에 녹아 사라졌다.
비로소 얻게 되는 ‘한적과 고요’.
나 또한 법정스님처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충만함이 마음을 채운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니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
어쩌면 이것이 내가 찾던 ‘은둔의 미학’이 아닐까?
나 홀로 고요히 미소 짓는다.
나이 드는 게 꼭 그렇게
서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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