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치열하게 철야를 하고 싶은 밤


가끔은 치열하게 철야를 하고 싶은 밤 1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것

독유당(獨遊堂) 이야기 전체보기

여름비와 길고양이

지난주 광주를 다녀왔다. 온 나라가 기록적인 폭우로 신음하던 때였지만, 고즈넉한 이곳 시골 동네에는 평소처럼 조용히 여름비가 내렸다고 한다. 길고양이 새끼 세 마리도 어미와 함께 잘 지내고도 있었다. 아마도 다음 달이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을 위해 분가를 하겠지 싶다.

가끔은 치열하게 철야를 하고 싶은 밤 2
시골집 길고양이 새끼들

이번 주는 거래처의 추가 업무 개발 건이 있어 프로그래밍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개발 단가를 낮추는 대신에 개발 기간을 여유 있게 잡았다. 직원과 함께하는 조직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견적이다.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의 밀도와 흐름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이 순간이야말로 1인 프리랜서의 여유라면 여유이다.

시간에 새겨진 열정의 초상

오래전 신문에 “밤샘 개발 안됩니까 “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근로시간 52시간 룰에 걸린 스타트업들의 하소연이었다. 그들은 하루 20시간씩 일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대기업처럼 하루 8시간씩 근무해서 어떤 스타트업이 살아남겠느냐고 했다.

“전산의 꽃은 야근이다.” 한때는 치기 어린 주문처럼, 때로는 가슴에 품은 훈장처럼 여기던 그 말을 신봉하며 꼬박 서른 해를 IT프로그래머로 살았다.

모니터라는 창을 벗 삼아 밤을 지새우는 일이 당연했던 시절의 관성일까, 지금도 휴식을 포함하여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만큼 나에게는 장시간 책상에 앉는 습관이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치열하게 철야를 하고 싶은 밤 3
그 시절의 열정

노동의 자리, 취미의 향기가 스며들다

다만 책상에 앉아 지내는 내용이 예전과 다르다. 은퇴를 앞둔 지금은 노동보다 취미 비중이 커졌다.

거래처에서 컴플레인이 없는 평온한 날에는 온종일 ‘읽고 쓰는 취미’의 시간을 보내고, 일이 밀릴 때는 철야를 포함해서 고스란히 노동시간으로 대체된다. 노동과 취미가 서로의 자리를 자연스레 내어주는 이 유연함이야말로 은퇴를 앞둔 장년의 장점이다.

지독한 밤샘이 그리운 날

생활이 진부할 때 음악회에나 그림 전시회에 가고 싶듯이, 가끔 철야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노동이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픈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치열하게 타오르던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고픈, 그런 아련한 그리움 말이다.

독유당(獨遊堂) 이야기 전체보기

가끔은 치열하게 철야를 하고 싶은 밤 4
나 홀로 조용한 밤샘이 그리운 날

인기 추천정보

▶일상에세이 바로가기
▶생활의발견 바로가기
▶일상소식 바로가기


독유당 혼놀 이야기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