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니 시인의 <새벽과 음악>
시골집 아침의 구수한 평온
개운한 아침이다. 하늘엔 엷은 구름은 끼여있지만 기상예보와는 달리 비는 내리지 않는다. 안방과 마루를 청소하고 상쾌한 샤워를 마친 후, 향긋한 스킨로션을 바르고 마당이 한눈에 들어오는 간이 탁자에 자리를 잡는다.
시골집의 소박한 정취에는 역시 투박한 믹스커피 한 잔이 어울린다. 이럴 때 마시는 믹스커피는 왜 이리 달콤하고 고소한지 자뻑의 도파민을 분출한다. 먼 산의 초록초록을 감상하며 멍때리기에 몰입한다.
이윽고 커피잔이 비워지면, 강냉이와 둥굴레를 함께 우려낸 맑은 차를 채운다. 입안에 남아 있던 텁텁한 단맛이 물러간 자리에 정갈하고 구수한 잔향이 감돈다. 이내 가슴 속까지 잔잔한 평온함이 스며든다.

끝말을 이어가는 문장들
요즘 <시간의 흐름> 출판사의 끝말읽기 놀이라는 시리즈를 읽고 있다. 한 사람이 두 개의 낱말로 제목을 지으면, 다른 사람이 앞 사람의 두 번째의 낱말을 이어 제목을 짓는 산문집이다.
기획의도가 신박하여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제목들이라 서둘러 구입을 했다. 우선 구매한 세 권의 산문집은 <시와 산책> <커피와 담배> <새벽과 음악>인데, 내 취향에 부합하여 나머지 시리즈도 모두 읽어볼 예정이다.
시골집의 조용한 아침 서정에는 이제니 시인의 <새벽과 음악>이 내 취향에 무척 어울렸다. <새벽과 음악>의 소중한 아침 분위기를 오래 유지하고 싶어 일부러 천천히 문장들을 음미하며 아껴 읽는다.
“글쓰기는 개인의 고독과 병증에서 출발한다”는 구절 앞에서 시선이 오랫동안 멈추었다. 글을 쓰는 배경을 이야기할 때 흔히 말하는 클리셰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느낌이 달랐다. 커뮤니티 댓글에서 자주 보는 표현으로 ‘격한 공감’ 같은 것이었다.

갇히는 곳이 아닌 바라보는 창
산울림의 김창완이 했던 말인가 싶은데, 외로움은 감옥인 아닌 밖을 내다보는 창(窓)일지도 모른다. 홀로 존재하는 삶이란 평온함 속에서도 문득문득 쓸쓸함이 파고들기 마련이다.
밤이 깊어지거나, 바람이 불거나,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올 때인데,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긍정으로 부정으로 나뉜다. 나의 경우는 기꺼이 그 고독의 창가에서 미학을 찾는 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 깊은 곳에 침전되어 있는 결핍이나 상처 같은 병증도 이 창을 통해 희석시킨다. 희석 시키는 도구 중의 하나가 글쓰기이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치유의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차갑게 식은 강냉이차 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마당에는 하얀 빨래를 바싹하게 말려줄 여름 햇살이 팽팽하다. 오후에는 기상예보처럼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려준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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