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벌초’의 설렘


문중 벌초

독유당(獨遊堂) 혼놀 이야기 전체보기

머리 무거운 벌초 리더의 자리

9월,
벌초시즌이 돌아왔다. 벌초시즌이 되면 머리가 무겁다. 벌초 작업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사촌 형제들의 이런저런 핑계로 벌초 작업에 빠지려고 하는 모습에서 실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문중의 할아버지는 네 아들을 두었다. 문중의 장손 외아들은 결혼 전인 20대에 사고로 요절하여 일찍 대가 끊겼다. 이후 둘째 집안에서 장손 역할을 하며 벌초 작업을 리드해왔다.

나도 성인이 되고부터는 벌초작업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일본 근무시절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불참하지 않고 벌초작업을 해왔다. 이를 기특히(?) 여긴 둘째 집안 장손은 나이 일흔을 넘기자, 나에게 문중 벌초의 리더를 맡겼다. 나는 셋째 집안의 차남이지만, 문중의 벌초 외에도 문중의 총무까지 겸하게 되었다. 벌써 십여 년의 이야기가 되었다.



문중 5대조까지의 산소는 고흥군내 네 군데에 흩어져 있었다. 처음엔 팀을 나누어 벌초를 했지만 사촌들의 참여도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은 벌초 범위를 문중 3대까지로 축소하는 데 이르렀고, 그나마 얼마 전부터는 용역회사에 의뢰하여 벌초를 해왔다.

'나 홀로 벌초'의 설렘 1
전기 충전식 예초기 어깨에 메고 벌초 연습

‘나 홀로 벌초’를 결심하다

시골집 건너편에 바라보이는 작은 선산에는 문중의 3대인 산소 열 봉이 있다. 올해부터는 내가 직접 벌초를 할 예정이다. 반은퇴 상태로 시골집에 머무는 시간도 많고, 사촌들에게 벌초 용역비를 갹출하는 것도 머리 무겁고, 벌초 용역비 또한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벌초 용역비로 아예 예초기를 샀다. 직접 예초기를 사용한 적이 없는 초보이기에 엔진식은 위험성 있어 전기 충전식으로 샀다. 대신 충전 시간과 회전력이 좋다는 고급용으로 샀다. 지난주 시골 누나를 대동하여 시험가동을 했다. 비싼 제품으로 구입했지만 예상보다 성능이 괜찮아 다행이다 싶었다.

홀가분 속의 ‘나 홀로 벌초’의 설렘

10월 초가 추석이니 9월 중순쯤 정식 벌초를 할 예정이다. 초보 작업이라 긴장은 되고 힘은 들겠지만 머리가 가벼워 좋다. 그동안 벌초 시즌이 되면 얼마나 머리가 무거웠던가 말이다.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홀가분하게 땀을 흘리게 될, ‘나 홀로 벌초’가 은근히 기대된다.

독유당(獨遊堂) 혼놀 이야기 전체보기

인기 추천정보

▶일상에세이 바로가기
▶생활의발견 바로가기
▶일상소식 바로가기


독유당 혼놀 이야기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