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사우(文房四友) 연필에게


연필이 건네는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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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방사우

‘대표님은 연필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드립니다~’

거래처 전산담당 여직원께서 새 연필 한 자루를 내게 건네며 했던 말이다. 늘 곁에 두어 익숙했던 나의 작은 습관이 타인에 의해 하나의 ‘취향’으로 비치던 그 순간, 잠시 낯선 설렘에 잠기기도 했다.

옛 선비들이 애용하던 문방사우가 붓, 먹, 종이, 벼루였다면,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의 문방사우는 다르다. 조용히 빛을 뿜는 모니터와 재빠른 손짓을 담는 마우스, 쉼 없는 생각을 쏟아내는 키보드, 그리고 모든 것을 기록하는 A4용지가 나에게는 문방사우가 되는 셈이다.

업무를 떠나 집에서는 늘 곁에 두는 나의 문방사우는 또 다르다. 맥락은 다르지만 커피, 책, 포스트잇 그리고 연필인 것 같다.

기록을 할 때 볼펜, 만년필보다는 연필을 애용하는 편이다. 흘림체를 주로 사용하는 글씨 습관인지 볼펜으로는 찌꺼기가 많이 생긴다. 따라서 볼펜보다는 연필이 단연 실용적이지만, 꼭 찌꺼기 때문에 연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연필에서 느껴지는 유년의 향수가 좋아 나는 연필을 애용한다.

문방사우(文房四友) 연필에게 1

할머니가 들려준 연필의 지혜

잉크를 사용하는 펜이나 볼펜은 서양의 필기도구로 여겨지고, 붓이나 연필은 주로 동양적인 필기도구로만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서양 분위기보다는 동양 분위기가 보다 감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언젠가 파울로 코엘료의 에세이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다가 연필에 대한 글이 나와 반가워했던 적이 있었다.

연필로 편지 쓰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소년에게 ‘연필 같은 사람이 돼라’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깎아내야만 더 좋은 글씨를 쓸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닌 속의 심이라는 지혜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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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주에 침묵의 수를 놓다

언젠가 지인의 원고 교정을 하다가 눈에 띄는 문장이 있었다. 어린 원생이 연필로 일기를 쓰는 모습을 표현하는 사회복지사의 문장이었다. 그때 여운이 남아 메모해 놓은 문장은 이러했다.

“자신만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홀로 앉아서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아무런 방해도 소음도 없습니다. 사스락사스락 들리는 연필 소리는 고요하고 광활한 우주에 아름다운 별처럼 침묵의 수를 놓습니다.”

유년의 동심

연필 이야기를 하면 동심의 순수가 느껴진다. 그리고 나의 유년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기도 한다. 연필을 깎으며 추억에 잠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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