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을 보며 느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을 보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서쪽 정상 가까이에 말라빠지고 얼어붙은 한 마리 표범이 누워있다고 한다. 이렇듯 높은 곳에서 도대체 표범은 무엇을 찾았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헤밍웨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표범은 우리들이다. 이 병든 시대의 밀림 속에서 우리는, 버려진 썩은 고기만을 쉽게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이기보다는 목표를 행해 올라가 얼어 죽은 그 한 마리 표범이었으면 한다”라고.
일본 타향살이와 갑작스러운 건강 위기
나도 한때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1989년 현해탄의 상공을 날았다. 일본체류 3년 차에 후지산(富士山) 근방의 지역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공기와 경치 좋다던 그곳에서 나는 그간의 과로가 겹쳐서인지 어지럼증에 정신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어려서부터 앓아 온 중이염까지 재발하여 결국 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타국이었기에 보호자없이 홀로 수술을 하게 되었는 데, 생각보다 증상이 나빠 수술 후 한 달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입원 기간에 한국의 추석과 내 생일을 병실에서 보내기도 했는 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혼자라는 사실이 외롭고 두렵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시골 기차역 식당에서 들려온 민해경 성숙
한 달여 만에 퇴원하여 다시금 후지산 근방으로 가방을 꾸려 홀로 병원을 나섰다. 후지산은 동경(東京)과 그리 멀지 않는 거리이나 한국으로 말하면 강원도 산골처럼 먼 곳이다. 기차도 여러 번 갈아 타야 하는 곳이다.
그저 쓸쓸한 마음으로 후지산으로 가던 중, 환승을 위해 어느 기차역에 내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시골의 식당이라 열악한 시설에 비좁은 탁자에서 소설 ‘사평역’의 분위기에 젖어 식사를 하던 중에 귀에 익은 한국가요가 흘러나왔다. 식사를 멈추고 가만히 들어보니 민해경의 <성숙>이라는 노래였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풀잎처럼 흔들리는 아주 조그만 여자였는데
당신을 알고나서는 넓은바다 드높은산 내가 어느새 변해버렸네
하지만 당신의 닫혀진 마음만은 아직도 읽을수 없네
온밤 헤매는 야릇한 꿈일까 잡히지 않는 우리님
당신을 대할때마다 마른잎이 부서지듯 내 작은가슴 허공을 떠도네“
타국에서 느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분위기에서 가사를 곰곰이 음미해 보았다. 마른 잎이 부서지듯 내 작은 가슴이 떠도는 허공은 어디일까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가족이 있는 우리나라로 돌아가고 싶다는 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의 강한 정신도 어느 정도 퇴색된 나는 다음 해 귀국을 하였고 결혼도 하였다. <성숙>이라는 노래는 언제나 나의 외롭던 타국생활을 생각하게 해 준다. 그러면서 매너리즘에 빠져가는 나의 정신에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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