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의 서늘함과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공존하는 길에서 만난 강아지풀과 코스모스. 잠시 잊고 지냈던 대학 시절의 노래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소박한 시골 풍경과 저수지 길섶에 피어난 코스모스는 다가오는 가을에 대한 설렘을 안겨준다. 코스모스의 가을 미소이다.
강아지풀과 노을빛의 노래 추억
점심 무렵의 시골 풍경
모처럼 점심 후 동네 산책을 나선다. 며칠간 내린 비 탓인지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지만,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따사로움을 넘어 무덥게 느껴진다. 논과 밭, 마을 길 어디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오전의 일을 마무리하고 마을 회관에 모여 다 함께 정겨운 점심 식사를 나누고 있을 터이다.

길섶에 피어난 강아지풀 노래 추억
정적을 깨고 마을버스 한 대가 웅웅거리며 다가온다. 이내 내 옆을 스치며 바퀴가 일으킨 한차례 바람이 길섶의 풀들을 살랑살랑 흔든다. 수줍은 듯 흔들거리는 풀들 사이로, 유독 키가 큰 강아지풀 하나가 내 시선에 들어온다.
걷느라 무심코 휘젓던 손에 잡힌 강아지풀, 나는 어린아이처럼 한 손으로 그것을 뽑아 뺨에 대고 살살 간지럽혔다. 그 촉감에 피어나는 아련한 웃음과 함께,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 하나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강아지풀 허리 꺾어 족두리 만들고
빠알간 노을빛에 화장을 하고
봉숭아 꽃잎 찧어 손에 바르면
오늘도 시집가는 꿈을 꿉니다.”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이 노래는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나의 대학 시절 추억이 담긴 노래이다. 싱어송라이터라 불릴 만했던 같은 과 친구가 교내 대학 축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곡이다. 가사의 뒷부분은 희미해졌지만, 앞부분은 지금도 강아지풀이나 저녁노을을 볼 때면 가끔씩 허밍으로 읊조리게 되는 소중한 멜로디이다.
이 노래는 단순한 가사나 멜로디뿐만이 아니라, 내 젊은 날의 꿈과 희망을 생각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노랫말 속에는 소녀의 순진한 소망과 세상의 아름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던 친구의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문득 그리움이 밀려온다.
선산의 미완성 가을 준비
시골집 건너편에 자리한 작은 선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지난주, 시골 누님과 난생처음 예초기를 들고 벌초를 했던 터라, 일주일이 지난 후의 선산 상태가 못내 궁금했다. 그동안 용역 업체에 의뢰했던 일을 이번에는 직접 해냈다는 뿌듯함과 은근한 자부심이 내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 것이다.
지난주 내린 비 덕분인지 일주일 사이 선산은 잡초와 잡목들이 여기저기 무성하게 자랐다. 마치 머리 커트를 하고 샴푸를 마친 후, 마지막 다듬는 과정을 빠뜨린 듯한 엉성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추석 성묘 전날 낫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선산을 내려간다.

코스모스 가을의 전주곡을 알리다
선산을 내려와 저수지를 뒤로 하고 걷는데, 저 멀리 분홍색 꽃잎들이 아른거린다. 가까이 다가서 보니 다름 아닌 코스모스였다. 아까는 분명 보지 못했던 꽃들이었다. 아마도 그 순간에는 반대편 길섶으로 걸었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요리조리 사진을 찍어 가족 채팅방에 올린다. 아직 무더위는 남아 있지만, 가을이 멀지 않았나 보다,라는 멘트와 함께 말이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자태는 가을을 맞이하기 충분한 분위기이다. 벌써부터 작은 꽃잎 하나하나가 가을의 낭만을 속삭이는 듯하다.
가을 가을 가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시골집의 가을 아침 공기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음 서둘러 가을을 재촉하게 된다. 이번 가을도 정중동의 분위기로 삶의 여백을 의미 있게 채우고 싶은 오후의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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