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품은 아침


계절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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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빗소리  

시골집 함석지붕에 새벽비가 내리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반가운 소리였다. 자리에 누운 채 다시 눈을 감고 한참 동안 빗소리를 감상했다. 새벽비가 그치고 마루에 나가 마당을 향하는데, 옅은 물기를 머금은 서늘한 공기가 제법 서늘해졌다. 계절이 바뀌려나 보다.     

둥굴레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강냉이차를 끓이고, FM 라디오를 들으며 아침 청소를 마친다. 마당에 나가 스트레칭을 하고 철봉기구에서 근육운동을 한다. 시골집에 오면 유독 맛이 나는 믹스커피 한 잔을 들고 마을이 내다보이는 책상에 앉는다. 하늘엔 엷은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져있다. 시원한 하루가 될 것 같다.     

김신회 작가의 <아무튼, 여름>

간밤에 거래처 컴플레인을 처리하고, 밀리의 서재에서 김신회 작가의 <아무튼, 여름>을 읽었다. 여름을 좋아하는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내러티브 산문이었는데 흥미 있게 읽었다.

요즘은 불타오르던 열정을 잠시 내려놓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평온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좋다. 이제는 세상의 주류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의 반영일 것이다.     

빗소리 품은 아침 1
이미지출처 : 밀리의 서재

여름의 잔상이 남긴 아쉬움

여름 하면 이제는 ‘무더위’만을 떠오르게 하는 계절이 되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모든 것이 녹아내릴 것 같은 나른함. 그렇게 여름은 무더위를 견뎌내야만 하는 계절이 되어버렸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수상이 말했던 ‘에어컨 미학’에 깊이 공감하며, 오직 시원함만을 좇아 하루를 보내는 날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여름의 끝자락에 서니, 문득 이번 여름에 나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더위라는 무력감에 젖어 차가운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달래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닌가 싶다.     

여름의 끝에서 가을을 상상하다

가을이 깊어지고 낙엽이 흩날릴 때, 나는 과연 송창식이 부른 ‘딩동댕 지난여름’을 흥얼거리며 나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무채색 같았던 무더운 여름날의 기억만으로만 남게 될까. 여름의 끝에서 마지막 여름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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