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녹동항이 있다. 녹동항 앞에서 바다를 향해 서면 앞에 보이는 섬이 소록도이다. 국립소록도병원에서 비매품으로 발간한 <소록도 80년 史> 책을 받았다. (1916년 개원한 소록도 병원은 2025년 기준으로 100년이 넘었다).
국립소록도병원과 한하운 시인


소록도 80년 史
시골집의 윗집에는 소록도에서 정년퇴직한 동네 형님이 살고 있다. 그 형님에게 국립소록도병원에서 비매품으로 발간한 <소록도 80년 史> 책을 받아, 일주일에 걸쳐 300페이지가 넘는 기록사를 가슴 아프게 읽었다.
(1916년 개원한 소록도 병원은 2025년 기준으로 100년이 넘었다).
<소록도 80년 史>를 읽어보니 6.25 때 인민군 40여 명이 이곳 소록도에까지 왔다고 한다. 그때 부역한 공무원 수십 명이 훗날 처형되는 비극도 일어났다.
교황 바오로 2세 소록도 방문을 앞두고 미리 경계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침투조를 막지 못해 경계 훈련에 참가했던 군인들의 비난이 거셌다고 한다.
시인 한하운 전라도 길
학창 시절 소록도는 한센병을 앓았던 한하운 시인의 <전라도 길> 시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자연히 한센병과 소록도를 알게 된 詩이기도 했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하략)
이번 <소록도 80년 史>를 읽으면서 이동(李東)이라는 젊은 환자가 읊었다는 詩를 읽고 한동안 마음이 울적했다.
당시 소록도에서는 수간호장의 명을 어기면 감금실에 갇히게 되는데, 그때 남자 환자들은 정관수술을 받게 했다고 한다. 그때 이동이 감금실에 갇히면서 읊었던 시가 ‘단장(斷腸)’ 이었다고 한다.

가슴 아픈 “단장” 詩
단장(斷腸)
그 옛날 나의 사춘기에 꿈꾸던
사랑의 꿈은 깨어지고
여기 나의 25세 젊음을
파멸해 가는 수술대 위에서
내 청춘을 통곡하며 누워 있노라.
장래 손자를 보겠다던 어머니의 모습 ……
내 수술대 위에서 가물거린다.
정관(精管)을 차단하는 차가운 「메스」가
내 국부(局部)에 닿을 때 ……
모래알처럼 번성하라던
신의 섭리를 역행하는 「메스」를 보고
지하(地下)의 히포크라테스는
오늘도 통곡한다.

……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詩이다. 조만간 윗집 동네 형님이 <소록도 100년史>를 구해준다고 하니 80년史 이후의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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