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과 조르주 상드, 그들의 사랑이 남긴 빗방울


비를 기다리는 마음과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독유당(獨遊堂) 혼놀이야기 모음

쇼팽과 조르주 상드, 그들의 사랑이 남긴 빗방울 1

생선 작가 김동영을 읽다

간밤엔 새벽까지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생선 작가’라는 필명으로 더 익숙한 김동영의 산문집 두 권이 밤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첫 번째 책 <우리는 닮아가거나 사랑하겠지>를 단숨에 읽고, 두 번째 책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는 절반쯤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청경우독(晴耕雨讀)의 낭만

Day근무인 아내는 이미 새벽출근을 했고, 8시 알람에 느긋하게 눈을 떴다. 베란다에 나가보니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모처럼 비가 오려나 보다. 반가운 마음에 창을 열고 손을 내어보지만, 아직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옛사람들은 주경야독을 말했지만, 우요일(雨曜日)의 낭만을 좋아하는 이들은 ‘청경우독’이라는 말에 더 마음이 기운다. 맑은 날에는 밭을 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 삶이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모닝커피를 마시며 유튜브 음악을 켠다. 구독 중인 야미피아노(Yummy piano) 연주 영상인데, 피아노 치는 손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오늘 분위기에 맞게 “비 오는 날 듣고 싶은 클래식 모음”을 선택하니, 첫 연주곡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감상하다 보면 시나브로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로 흘러간다.     

야미피아노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듣기

가시를 품은 사랑 쇼팽과 조르주 상드

꽃을 꺾기 위해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감내하듯, 사랑을 얻기 위해 영혼의 상처를 견뎠다는 상드. 그녀는 쇼팽의 생애와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뮤즈이자 폭풍이었다. 쇼팽이 상드의 여름 별장에서 작곡했다는 <영웅 폴로네이즈>는 조국 폴란드의 혼을 담은 역작으로 꼽힌다.      

피아니스트 임동창 또한 이 곡을 오마주로 삼았을 정도다. 그러나 나는 톨스토이의 거대한 서사보다 하루키의 소소한 상실감이 더 좋듯이, 웅장한 폴로네이즈보다는 가만히 젖어드는 <빗방울 전주곡>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마요르카의 태양은 식어가고 빗방울은 쓸쓸히 흩어지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남국의 섬 마요르카로 사랑의 도피를 떠났던 쇼팽과 상드. 하지만 그들의 뜨거웠던 사랑도 흐르는 시간 속에 식어갔고, 강렬했던 <영웅 폴로네이즈>의 열정 또한 현실의 냉기 속에 희미해졌다. 오히려 처연하게 반복되는 <빗방울 전주곡>의 리듬만이 쇼팽의 마지막 생의 순간을 예감케 한다. 사랑은 유한해도 멜로디에 담긴 쓸쓸함은 영원한 것일까.     

음악과명화 자료실 ☞

멍하니 듣기 좋은 에릭 사티의 가구 음악

<빗방울 전주곡>은 에릭 사티의 ‘가구 음악’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공간에 스며드는 매력이 있다. 창가에 빗방울이라도 맺히면 소위 ‘멍 때리기’ 좋은, 감성적인 여백을 주는 곡이다. 마음이 분주할 때 들으면 소음이 될지도 모를 그 애매모호한 멜로디를 피아니스트들은 어떻게 외워 연주하는지, 문득 경이로움마저 든다.     

시골 빈집으로의 여행

이제 조금씩 빗방울은 떨어지고 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간서치에게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이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세상이 열린다. 비는 고립을 허락하고, 그 고립은 온전한 몰입을 선물한다. 그리고… 시골 빈집이 그리운 날이다. 어젯밤 덮어두었던 생선 작가의 남은 페이지를 펼친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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