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시골집의 낭만 일기


산성문학 2025년 제9호

나 홀로 시골집의 낭만 일기 1

독유당(獨遊堂) 이야기 전체보기

은퇴 후 어디에 살 것인가

내가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곳은 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이다. 중학교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은 전라도 광주이고, 부친의 고향이며 시골집이 있는 동네는 고흥반도 최남단인 녹동항과 가까운 안평이라는 마을이다.

내가 은퇴를 하면 어디에 살게 될까. 이 년 전만 하더라도 제2의 고향인 광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광주가 아닌 곳에서 시골살이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친의 시골집에서 말이다.

40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광주를 오가며 혼자 시골집을 지켜왔다. 내가 시골집에 가는 경우는 명절에 성묘를 가는 정도였다. 문화생활에 취향이 있는 나로서는 도시가 편했다. 더욱이 농사는커녕 밭일조차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시골집은 그저 어머니의 노후 공간 정도로만 여기며 살았다.

어머니가 구순의 나이에 접어들어 곁에 보호자가 필요한 순간이 많아졌다. 그 사이 나는 어느덧 중년이 되어 생활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광주서 지내고 주말에는 시골에서 지내는 5도 2촌의 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골풍경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서른이 지나 반은퇴 상태이기에 거래처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거래처 업무도 인터넷 기반의 IT개발이기에 시골집에서 원격작업이 가능했다.

요즘은 ‘5도 2촌(5都 2村)’이 아닌 ‘1주도(週都) 3주촌(週村)’ 생활로 바뀌고 있다. 작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시골집이 빈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집이란 사람의 온기가 없으면 폐허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시골집은 아버지가 목수일을 배워 결혼을 하면서 직접 지은 신혼집이다. 아버지의 손길과 어머니의 숨결을 생각하면 시골집을 팔거나 폐허가 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었다. 나의 시골살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유가 되었다.



‘따로 또 같이’ 의 부부 철학

시골집에서는 나 홀로 지낸다. 아내가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기도 하지만, 도시에서 낳고 자란 아내는 시골생활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벌레를 공포스러워할 정도로 겁이 많은 아내에게 시골생활을 권유한다는 것은 나 또한 원하지 않는다.

‘따로 또 같이’. 우리 부부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굳이 버지니아 울프가 외쳤던 여성의 ‘자기만의 방’을 떠올리지 않아도, 아내도 이제는 가정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자유를 향유할 때가 되었다. 나 홀로 시골살이는 어쩌면 배려의 다른 이름일지 모르겠다.

아직 정착 단계의 시골생활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시골집의 큰 매력은 무엇일까. ‘고요함과 한적함’이다. 언젠가 길상사의 법정스님 사진 아래서 보았던 문구가 있다.

“오랜만에 홀로 있는 내 자리를 찾았다.
이 고요와 한적을 무엇에 비기리.
절대로 간소하게 살 것. 날마다 버릴 것”

요즘 들어 격하게 공감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나 홀로 시골집의 낭만 일기 2

시골살이 고독의 친구들

고요함과 한적함의 바탕에는 고독함이 존재한다. 시골집에 오면 고독함마저도 함께하려 애쓴다. 다행히 고독과 함께할 수 있는 책이 있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고 마실 수 있는 커피와 술이 있다. 책과 음악, 커피와 술은 나에게 고독의 친구가 된다. 앞으로 나 홀로 시골생활에 변함없는 멋진 친구가 될 것이다.

미니멀리스트이자 초딩입맛인 나는 간결한 삶을 지향한다. 시골집 밥상은 더없이 소박하다. 커피와 바나나로 여는 아침, 김치와 된장국이면 족한 점심, 김과 달걀 프라이 가끔은 소세지 만으로도 별미가 되는 저녁이다. 수행자의 공양과 비슷하지 않을까도 싶다.

가끔 자짱면이나 삼겹살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달콤한 단팥빵 향기가 그립고,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보고플 때가 있다. 그럴 땐 승용차로 십 분 남짓한 거리의 읍내로 향한다. 읍내 가는 날의 작은 설렘은 시골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다.

어느 시골 읍내나 그렇듯, 농협 마트와 다이소는 만남의 광장이자 생활의 쉼터다. 사람들 속에서 생필품을 고르며 잠시 잊었던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찾곤 한다.

‘한적과 고요’ 속의 ‘읽고 쓰는 즐거움’

나 홀로 시골생활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시골집의 ‘한적과 고요’ 속에서 신은 나에게 “읽고 쓰는 즐거움”을 선물했기에 말이다. [산성문학 2025년 제9호 발췌]

독유당(獨遊堂) 이야기 전체보기

인기 추천정보

▶일상에세이 바로가기
▶생활의발견 바로가기
▶일상소식 바로가기


독유당 혼놀 이야기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