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40대 작가들의 웃픈 이야기에 끌릴까


최민석, 김신회, 신예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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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정 책 속을 거닐다

오랜만에 동네 단골 서점에 들어선다. 익숙한 책 내음과 함께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맞아준다. 시골집에 머무느라 한동안 뜸했던 발걸음이었는데, 점장님과 실장님의 따뜻한 미소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몇 마디 안부를 나누고, 새롭게 진열된 책들 사이를 돌아본다, 에세이 코너에서 박찬일 셰프의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미식 에세이의 울림

평소 음식에 대한 관심은 없기에 요리 이야기는 나에게 흥미가 떨어지는 세계이다. 하지만 지난여름, 우연히 마주했던 박찬일 셰프의 <밥 먹다가, 울컥>은 예외였다. 그 책에는 단순히 요리를 넘어, 음식에 얽힌 사람들의 따뜻하고 때로는 아련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나 또한 그 이야기 속에서 잔잔한 울림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겼던 기억이 좋았다. 그 순간의 여운이 떠올라 망설임 없이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를 손에 들었다.    



기대와 아쉬움 사이

시골집에 돌아와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를 펼쳤다. 예상과 달리 요리 레시피와 재료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밥 먹다가, 울컥>에서 느꼈던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가 그리웠던 나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던 중 권여선 작가의 <술꾼들의 모국어>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즉시 온라인 서점에서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하지만 이 책 또한 술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보다는 안주와 음식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결국 두 권의 책은 잠시, 대기 서재 목록으로 물러나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나는 왜 40대 작가들의 웃픈 이야기에 끌릴까 1

세월 따라 변하는 독서 취향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 취향이 바뀌어 간다. 어릴 적에는 자연과학에 매료되었고, 청춘 시절에는 예술과 문화의 향기에 취했다. 사회인이 되어서는 역사의 숲을 거닐었고, 중년이 되어 인문학의 깊이에 빠져들다가 요즘은 유머러스한 40대 작가들의 산문이 좋아진다. 

대표적으로 최민석 작가, 김신회 작가, 신예희 작가이다. 나의 전작주의 작가 목록에 이 세 작가는 당연히 포함되어 이들의 산문은 거의 읽어 보았다.     

40대 작가의 산문이 건네는 웃픈 공감

이들의 글의 특징은 굳이 멋들어지게 포장하지 않아도 ‘슬프지만 웃기고,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다. 텍스트(Text)적인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콘텍스트(Context)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웃픈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왜 40대 작가들의 좌충우돌 웃픈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는 걸까? 영포티 그룹인 그들에게는 나이 든 꼰대의 아집이 아닌, 시들지 않는 한 때의 젊은 패기가 아직 남아 있다. 40대 나름의 노련함 사이에서 현실적으로는 방황하고 좌절하지만, 그들에게는 솔직하고 쿨한 유머로 위기를 해소하는 패기가 있다. 나는 40대 그들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패기인 에스프리(esprit)가 부러운 것이다.

그들의 유머러스한 패기를 나는 왜 흉내를 못 내는 걸까. 매너리즘에 빠진 게으른 마음 가짐이 편하고 단순한 것만을 찾아서이다. 아쉬운 마음 달랠 길 없지만, 오늘도 나는 웃픈 페이소스가 깃들어 있는 40대 작가의 산문을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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