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먼지가 되어
이윤수의 ‘먼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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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먼지가 되어~ |
뭘 해도 재미없는 시기가 있다.
사는 게 궁핍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서.
아니면
할 일이 없거나 돈이 너무 많거나.
진정한 혼놀의 힘은
이때 발휘하는 거다.
어쩔 수 없이 혼놀을 한다거나
귀찮아서
게으름의 혼놀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혼놀의 본질이 아니다.
가끔은
외부인식이나 코스프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혼놀을 즐겨야 한다.
나는 혼놀을 즐기는 편이다.
선빵은 멍때리기로 시작한다.
나의 멍때리기는
커피나 맥주를 머금고
머언 먼 우주의 끝까지 텔레파시를 보낸다.
우주의 먼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하고
그리움이 흘러들어 옛 생각이 나기도 하고
읽었던 책 내용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때 낙서를 한다.
썰을 풀며 외로움과 진부함을 희석시킨다.
쓰다 보면 부족함을 느낀다.
그 부족함을 채우려 책을 찾는다.
책을 찾다 보면 하루가 지나간다.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라는 도서 홍보문구에
낙서를 하는 것도
복잡한 뇌를 디폴트 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너무 거창한가?
할 수 없다.
혼놀의 즐거움이기에.
이윤수의 노래 ‘먼지가 되어’라는 노래가 있다.
언젠가 ‘먼지가 되어’를 기타로 치면서
자뻑 수준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곁에서 있던 아내가 보면대의 악보가사를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왜 하필이면 먼지가 되어 날아가죠?
이왕이면 바람이나 꽃가루에 실려 간다고 하면 좋을 것을......‘
‘글쎄......’
그때는 즉답을 못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자유'이지 않는가 싶다.
주위의 관심 밖으로 세상에서 잊힌 듯 날아가는,
하찮지만 '편한 자유' 말이다.
남자들은 때로
우주의 먼지가 되고 싶어 한다.
가장의 무게라면 무게의 역발상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