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일요일 아침의 시골 감성
커피 향과 모차르트 선율의 낭만
일요일 이른 아침.
하늘엔 잿빛 구름이, 마당엔 옅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오늘은 흐린 휴일이 되려나 보다.
흐린 날이 좋다.
조용히 가라앉은 느낌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날이고
독서하기 좋은 날이기도 하고......
드라이버를 들고 마당에 나가
좌우 50개씩 골프스윙으로 경직된 근육을 푼다.
10Kg 바벨로 근력 운동을 한다.
이마엔 땀이 맺힌다.
상쾌한 샤워를 마치고
최근 구입한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린다.
고요한 시골집의 정적을 깨우며
원두를 가는 소리는 마치 정겨운 속삭임 같다.
백색소음 하나 없는 이곳에서는 커피 머신의 기계음마저도 살갑기 그지 없다.
뜨거운 커피 향이 식탁을 에워싸고
달콤한 바나나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다.
마루를 지나 뒷방으로 간다.
진공관 오디오의 스위치를 켠다.
진공관에 따스한 불빛이 스며들기를 기다렸다가,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오케스트라 CD음반을 더듬는다.
손에 잡힌 것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공간은 바이올린 선율로 가득 찬다.
마루까지 흘러나오는 음악은 BGM이 되고
창문 너머 마당을 지나 먼 산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시작한다.
한 번쯤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자연주의를 꿈꾸고 시인을 꿈꾼다.
그러나
편리함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는
시골생활이 결코 낭만적이지는 않다.
막상 살아보면 다시금 도시를 꿈꾼다.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2년여를 보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그 책을 읽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유유자적한 숲 속의 생활을 포기(?)하고
왜 결국 소로는 월든을 떠났는지가 궁금하다.
책의 분위기대로라면 거기서 그냥 생을 마칠 것 같았는데...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일의 아침.
나 자신만이 존재하는 이 완벽한 고요와 충만함 속에서
흐린 일요일의 낭만을 음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