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국립도서관과 도서관의 긍정 프레임 | 생활 소식과 일상 이야기♧

미테랑 국립도서관과 도서관의 긍정 프레임

미테랑 국립도서관과 도서관의 긍정 프레임

파리 미테랑 국립도서관



 

파리 여행의 마지막 오후

저녁 귀국 비행기 출발까지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시간이 애매하여 에밀 졸라 거리나 김환기 화백이 거닐던 센 강변의 생 루이 섬은 다음 파리 여행을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오늘의 마지막 여정은 미테랑 국립 도서관이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우리나라 <직지심체요절>을 일반인이 볼 수는 없지만, 과연 미테랑 국립 도서관에는 어떤 한국 작가의 책이 소장되어 있을까 궁금하다.

 

미테랑 국립 도서관, 그 첫인상

미테랑 국립 도서관에 도착했다. 과연 세계적인 도서관의 위용이다. 아르누보 양식이 아닌 모던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파리의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아직 가보지 못한 뉴욕의 도서관 같은 느낌이다. 마치 4권의 책을 펼쳐 세워 놓은 듯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오늘 이 곳에 온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한국 작가의 어떤 책이 소장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둘째, 파리 국립 도서관 사서들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미테랑 국립 도서관

외규장각 의궤 반환

과거 외규장각 의궤 반환 당시, 우리나라 고속철 기술을 프랑스 TGV로 결정하면서 양국 정부는 외규장각 의궤 반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파리 국립 도서관 여성 사서는 반환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 사서가 누구인지, 지금도 근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국 정상이 서명한 외교에 항명했던 국립 도서관 사서들의 자긍심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도서관이 워낙 넓어 출입구를 찾는 데 애를 먹었는데, 건물 한쪽에 조기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 테러 방지를 위한 임시 휴관인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영화 제목처럼, 출발할 때의 느낌이 적중했다. 왜 불길한 예감은 적중률이 높은 걸까. 이건 머피의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비록 왕오천축국전이나 직지심체요절(하권)은 볼 수 없겠지만, 루이 14세 때 제작된 우리나라 지도와 한국 작가의 책들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도서관 계단에 앉아 센 강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도서관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이 떠오른다.

 

미테랑 국립 도서관

도서관, 긍정의 프레임

왜 도서관은 긍정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까? 마치 나쁜 짓을 하고 도망가도 잡을 수 없었던 고대의 소도처럼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것에 화를 내거나 욕을 하지 않는다. 특히 부모들은 그렇다.

이런 분위기를 잘 이용하는 것이 학생이고, 부모들 역시 그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책은 무엇이고, 공부는 무엇일까. 나는 어디든 서점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도서관 책들은 왠지 모르게 반갑지 않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내가 직접 돈을 주고 산 책만이 잘 읽힌다. 이것도 소유욕이라면 소유욕이다. 그러나 책 또한 긍정의 프레임에 싸여 있어서 읽지 않은 책이 많아도 아내의 잔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 다행이다.

 

도서관과 카레

평소에 맛있게 먹는 카레도 도서관만 떠올리면 질려버리는 음식이 된다. 휴일 학창 시절, 점심과 저녁까지 도서관 카레를 먹고 밤늦게 집에 와서 배가 고파 밥을 찾았는데 또 카레가 차려져 있을 때의 그 난처함이란!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우연만은 아니었다. 카레를 만들던 누나도 알고 있었다. 가난한 자취생에게 가장 만만한 음식이 카레였다는 것을.

 

도서관과 커피의 추억

도서관 하면 잊히지 않는 모습이 있다. 커피를 마시던 한 여학생의 뒷모습이다. 아마도 내가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게 된 계기였을 것이다. 학교와 병역을 마치고 취업을 위해 도서관을 다닐 때, 복도 끝에서 햇볕을 쬐며 창밖을 바라보던 여학생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소탈했다. 손에 들린 하얀 종이컵 커피는 고소함을 넘어 달콤함까지 느껴지게 했다. 이후 커피는 나에게 소중한 취향이 되었다.

 

파리를 떠나며

이제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 드골 공항으로 향해야 한다. 파리 테러 여파로 검문검색이 강화되어서 평소보다 출국장에 미리 도착해야 할 것 같다. 이 예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개선문이 있는 드골 광장에서 리무진을 탄다. 파리를 떠난다는 아쉬움에 젖는다. 문화적 사대주의를 떠나서 꼭 다시 찾고 싶은 파리이다. 오늘따라 선글라스를 낀 기사마저 멋있어 보인다.


파리여행 이야기 계속 읽기 

 

파리 에펠탑

파리 여행 정보

미테랑 국립 도서관

특징: 현대적인 건축 양식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이다. 책 네 권을 펼쳐 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역사 및 문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교통편: 지하철 14호선 Bibliothèque François-Mitterrand 역에서 하차하거나, 89, 62, 64, 132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홈페이지: https://www.bnf.fr/fr 이다.

입장료: 일반 관람은 무료이지만, 특별 전시나 행사에는 별도의 요금이 부과된다.

  

인물 정보

에밀 졸라 (Émile Zola)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다.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을 통해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을 촉구했다.

김환기 (金煥基)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이자 대표적인 화가이다. , , 면을 활용한 독창적인 추상화 작품을 창조했으며, 파리에서도 활동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루이 14(Louis XIV)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전성기를 이끈 왕이다. "태양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절대 왕정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베르사유 궁전을 건설하고, 프랑스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