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숨겨진 이야기
수잔 발라동,위트릴로,에릭사티,르누아르
![]() |
몽마르트 언덕에서 바라본 파리 시내 |
파리의 첫인상, 다채로운 문화의 조화
파리 여행을 시작하기 전, 나는 파리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우아하고 세련된 사람들로 가득한 곳일 거라 상상했다. 알랭 들롱이나 소피 마르소처럼 멋진 파리지앵들이 거리를 활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리에 도착하고 나서 가장 먼저 놀랐던 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지하철을 탔을 때, 내가 소수자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의 자유분방한 패션은 처음엔 약간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미소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다.
몽마르트 언덕으로의 발걸음
세느강변을 거닐며 여유를 즐기던 중, 한국에 있는 지인은 내게 몽마르트의 가을을 꼭 보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몽마르트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곳 주변은 많은 유흥가가 생겼고, 소매치기와 바가지 상혼이 판치는 곳이라는 이야기에 쉽게 발길이 가지 않았다.
피카소가 예술혼을 불태웠던 '세탁선'이라는 공간마저 사라졌다고 하니, 더욱 몽마르트는 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지인의 말에 이끌려 호텔을 나선 후 몽마르트로 향했다.
몽마르트의 예술의 향기
막상 몽마르트에 도착하니,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마치 파도처럼 밀려온다.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의 화려함을 생생하게 담아낸 그림인데, 그림의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보고 싶다.
몽마르트 언덕을 걸어서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땀을 흘리며 골목을 걷는다. 과거 파리코뮌의 아픔이 서려있는 골목길은 생각보다 평화롭고 쾌적하다.
![]() |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배경지 |
시간을 거슬러,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아서
구글 지도의 도움을 받아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의 배경 장소를 찾았다. 비록 지금은 무도회장이 레스토랑으로 바뀌었지만, 그림의 이름과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몽마르트 주택가 골목을 걸으며, 이곳에 살았던 가난한 예술가들을 떠올린다. 에릭 사티, 수잔 발라동, 그리고 그녀의 아들 위트릴로까지.
그들의 예술은 아름다움뿐 아니라 일탈과 기행을 담고 있었고, 고집스러운 그들의 삶 뒤에는 값싼 낭만주의의 나약함이 숨어있었다고 한다.
사회의 유리 천장을 이야기했던 에릭 사티의 말처럼, 그들의 삶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위트릴로가 그린 백색 풍경을 상상하며 걷는 몽마르트 골목에서는 고독과 방황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백색 그림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은 내가 어릴 적 살았던 시골 골목의 고요함과 닮아있다.
테르트르 광장과 사크레쾨르 성당
테르트르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무명 화가들이 관광객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모습에 약간 실망했다. 예술가의 삶도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사크레쾨르 성당은 평소 관광객으로 북적거렸지만, 파리테러의 여파 때문인지 한산하다. 나는 오히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성당 계단에 앉아 파리 시내를 조용히 내려다보며, 서울에 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멍하니 파리 시내를 감상한 후, 나는 몽마르트 언덕을 내려와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 |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 |
파리 여행지 정보 요약
①몽마르트 언덕:
특징: 예술가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 언덕길과 골목길, 르누아르의 그림 배경, 에릭 사티, 수잔 발라동, 위트릴로 등 예술가들이 머물던 곳
교통편: 지하철 2호선 Anvers 역 또는 12호선 Abbesses 역 하차 후 도보, 몽마르트 경전철 이용 가능
입장료: (언덕 자체는 무료, 사크레쾨르 성당 내부 입장 시 별도 요금 발생 가능)
②물랭 드 라 갈레트 (現 레스토랑):
특징: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의 배경이 된 장소
교통편: 몽마르트 언덕 내 위치
입장료: (레스토랑 이용 시 별도 요금 발생)
③테르트르 광장:
특징: 무명 화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는 장소
교통편: 몽마르트 언덕 내 위치
입장료: 무료 (초상화 등 구매 시 별도 요금 발생)
④사크레쾨르 성당:
특징: 몽마르트 언덕 정상에 위치한 성당, 파리 시내 조망 가능
교통편: 몽마르트 언덕 내 위치
홈페이지: https://www.sacre-coeur-montmartre.com/english/
입장료: 무료 (성당 내부 입장 시 별도 요금 발생 가능)
인물 요약
①수잔 발라동: 프랑스 화가, 위트릴로의 어머니
②위트릴로: 프랑스 화가, 백색 풍경화가로 알려짐, 수잔 발라동의 아들
③에릭 사티: 프랑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짐노페디 등 독특한 작품으로 알려짐
④르누아르: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작품으로 언급
⑤피카소: 스페인 출신 화가, 청색시대에서 장밋빛 시대로의 변화 시기에 몽마르트에 머물렀던 것으로 언급
⑥알랭 들롱, 소피 마르소: 프랑스 대표 배우, 파리 시민에 대한 글쓴이의 선입견을 보여주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