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발자크 문학관을 찾아서 | 생활 소식과 일상 이야기♧

가난했던 발자크 문학관을 찾아서

가난했던 발자크 문학관을 찾아서

발자크와 한스카 부인


발자크 문학관


발자크의 흔적을 찾아서

미라보 다리를 뒤로 하고 발자크 문학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구글지도를 의지한 채, 몇 번이나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헤맨 끝에 40분이나 걸려 겨우 문학관 앞에 도착한다.


주변 거리는 아르누보 양식의 화려한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발자크 문학관은 예상과는 달리 소박하고 초라한 모습이다. 생전에 가난했던 발자크의 삶을 반영하는 듯, 문학관도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인다.


어제 발생한 파리테러의 여파 때문이었을까? 정식 휴관일도 아니었건만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발자크가 7년간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품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비운의 사랑과 커피의 작가 발자크

발자크 문학관은 발자크가 죽기 몇 해 전, 그의 삶의 마지막 부분을 보냈던 곳이다. 그는 살롱에서 만난 유부녀, 한스카 에벨리나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녀가 미망인이 될 때까지 무려 20년 넘게 기다려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발자크는 결혼 후 채 1년도 안 되어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니, 짧고 강렬했던 사랑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문학관에는 한스카 부인의 서재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볼 수 없다.     


닫힌 정문 옆 문학관 담 너머로 그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계단을 내려다본다. 빚쟁이들이 찾아오면 이 계단을 통해 뒷문으로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의 고단했던 삶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그 계단에서 발자크가 느꼈을 불안과 초조함을 상상하니 마음이 짠해진다.     


빚쟁이를 피해 다녔던 발자크 문학관 계단



발자크 문학관과 커피의 아쉬움

결국 발자크의 손때 묻은 책상이나 원고, 그리고 한스카 부인의 방도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리가 뻐근해 커피 생각이 간절했지만, 주변에 딱히 눈에 띄는 카페가 없다. 발자크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었다. 


그는 커피를 잉크 삼아 글을 쓸 정도로 커피에 대한 애착이 컸다고 한다. 커피가 없었다면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커피가 내 몸속에 들어오면 

아이디어가 뛰어오르고 위트가 꼿꼿이 일어선다"

라는 그의 말처럼, 커피는 그에게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몽파르나스행 지하철집시의 노래에 위로받다

발자크 문학관에서 나와 몽파르나스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지는데. 귓가에 애잔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떠보니 한 남자가 악기 반주 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집시였다. 음악적으로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파리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느낌이다.      


집시에 대한 동경과 실망그리고 위로

집시를 떠올리면 불안정한 유랑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예술적인 재능과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 소리꾼이나 남사당패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파리 여행에서 만난 집시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파리에서 만난 집시들은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았다. 내가 동경했던 이상적인 집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망했지만, 지하철에서 들었던 집시의 노래는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내가 동경했던 집시의 모습과 조금이나마 닮아 있었기 때문일까?     


노래가 끝나면 팁을 주려고 했지만, 몽파르나스역에서 서둘러 내리느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모딜리아니의 흔적을 찾아 <로통도>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파리 여행 정보 요약

발자크 문학관

특징: 

발자크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곳으로,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 아르누보 풍의 건물들 사이에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음.

교통편: 

대중교통 이용 시, 지하철 9호선 Passy 역 또는 6호선 Bir-Hakeim 역에서 도보 이동.     

로통도 카페

특징: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유명한 카페, 모딜리아니 등 유명 예술가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

교통편: 

지하철 4, 6, 12, 13호선 Montparnasse-Bienvenüe 역에서 도보 이동.     


인물 요약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é de Balzac):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 ‘인간희극’이라는 대규모 연작 소설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함. 커피 중독으로 유명하며,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다고 함.

한스카 에벨리나 (Ewelina Hańska): 

발자크의 연인이자 아내. 유부녀였으나 발자크와 20년이 넘는 사랑을 키워 결혼에 성공함.


파리여행 이야기 계속 읽기 

     

에펠탑을 보이는 발자크 문학관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