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노래
Drowning in the Rain
태풍 ‘종다리’가 지나고 있다.
작은 태풍이라서 수해 피해 없이 오늘 중으로 소멸을 한다는 일기예보이다. 다행이다.
비가 내리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흩날리는 빗방울에 마음이 잠기는 순간이 있다.
소월의 시 ‘왕십리’가 머릿속을 스친다. 그 시의 구절들은 빗줄기처럼 은은하게 흐르며, 마음속 깊은 곳을 촉촉하게 적시기도 한다.
이와 함께 카유보트의 명작,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파리의 거리 풍경은 빗물에 젖어들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고요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비가 내릴 때마다 마음 한편에는 또 다른 선율이 있다. 바로 BZN의 노래, "Drowning in the Rain"이다.
이 노래의 제목을 직역하면 '비에 젖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 곡이 지닌 깊은 감성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빗물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현실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가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 감정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서는, '딱 그만큼의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결국 현실로의 쓸쓸한 복귀 뒤에는 프란체스카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오랜 친구가 건네는 위로처럼 마음에 스며든다.
"흰 나방들이 날갯짓할 때, 식사하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