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 후기(1)
개선문, 콩코르드 광장, 소매치기 목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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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
파리의 첫 발자국: 낭만과 현실의 교차점에서
센 강변의 반짝이는 야경과 깊은 보르도 와인의 향기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소믈리에처럼 빈티지 와인의 깊이를 알지 못하지만, 보르도 와인은 맛과 향기는 매혹적이었다.
다음 날, 숙취 없이 가뿐하게 눈을 떴다. 와인 덕분인지, 아니면 파리의 활기찬 기운 덕분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호텔 조식으로 나온 낯선 빵과 커피는, 이곳이 유럽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바삭한 크루아상을 한 입 베어 물고 커피를 마시며, 진부한 표현이지만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혼자 떠나온 자유여행이지만, 오늘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파리 시내 무료 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다. 에투알 개선문이 눈앞에 펼쳐지는 샹젤리제 거리 지하철역에서 투어팀을 만나기로 했기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샹젤리제 거리를 천천히 거닐어본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명품 매장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거리 곳곳에서 파리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11월 중순의 쌀쌀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조깅하는 부부의 모습은, 서울의 명동이나 일본의 오모테산도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아스팔트 대신 돌조각으로 채워진 도로를 걸으며, 과거의 파리를 상상해 본다.
투어 팀은 신혼부부 네 쌍과 혼자 여행 온 숙녀 한 분, 그리고 나까지 총 열 명으로 이루어졌다. 무선 이어폰을 통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개선문을 향해 걷는다. 혼자 여행 온 숙녀분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그녀는 회사에서 일주일 휴가를 받아 첫 유럽 여행을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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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개선문의 아침 |
개선문: 권력의 상징이자 파리의 아름다움
아침 햇살을 받은 개선문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하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서 건축물의 세밀한 부분을 감상한다.
개선문과 주변 드골 광장은 삼촌 나폴레옹과 조카 나폴레옹 3세의 야망이 깃든 장소이다. 정치적 욕망으로 가득했던 그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파리 도시 계획과 오스만 남작의 야심이 뒤얽힌 곳이기도 하다. 권력의 과시욕으로 건설된 이곳이 세월이 흐르면서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역사의 흐름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토지 보상금이나 이주 지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쫓겨난 사람들에게, 권력자들은 '창조적 파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했을 것이다.
개선문 지하에서는 히틀러를 비롯한 역사적인 인물들의 사진과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지하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탓에, 개선문 전망대까지 올라갈 시간이 부족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상으로 나왔을 때,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파리의 그늘: 소매치기의 그림자
일일투어 일행인 숙녀의 가방에 집시의 손이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즉시 고함을 질렀다. 나의 외침에 집시 여성은 황급히 손을 빼고 태연하게 돌아섰다. 숙녀는 아직 자신의 가방이 열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지만, 소매치기 현장을 목격하면서 유럽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된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치안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콩코르드 광장: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
투어 팀은 다음 목적지인 콩코르드 광장으로 이동했다. 혼자 걷고 있는 나에게 가이드가 다가와 이야기를 건넨다. 그는 선배를 따라 파리에 왔다가 우연히 가이드가 되었다고 한다. 만약 파리에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는 농담을 했다.
콩코르드 광장은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된 비극적인 장소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생각하니, 그녀에게 결혼을 제안했다는 어린 모차르트가 떠오른다. 만약 모차르트가 앙투아네트의 처형 소식을 들었다면 어떤 음악을 만들었을까? 역사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지만, 우리는 종종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오늘 투어를 통해 개선문의 아름다움과 권력의 이면을 동시에 보았다. 소매치기를 통해 유럽 사회의 현실을 마주했다. 낭만과 현실이 공존하는 파리의 명암을 경험한 하루였다.
오늘 여행지 정보 요약
①개선문 (Arc de Triomphe)
-특징: 나폴레옹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건축물로, 파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입니다. 웅장한 규모와 정교한 조각이 특징이며, 전망대에서는 파리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교통: 지하철 1, 2, 6호선 Charles de Gaulle-Étoile 역에서 하차
-홈페이지: https://www.paris-arc-de-triomphe.fr/en/
-입장료: 성인 13유로, 18세 미만 무료 (전망대 포함)
② 콩코르드 광장 (Place de la Concorde)
-특징: 프랑스혁명 당시 단두대가 설치되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넓은 광장과 중앙에 위치한 오벨리스크가 특징이며, 튈르리 정원, 샹젤리제 거리 등 주요 관광지와 인접해 있습니다.
-교통: 지하철 1, 8, 12호선 Concorde 역에서 하차
-입장료: 무료
오늘 여행지의 역사적 인물
①나폴레옹 1세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프랑스의 군인이자 정치가로, 프랑스혁명 이후 혼란스러웠던 프랑스를 통일하고 프랑스 제국을 건설했다. 뛰어난 군사적 재능으로 유럽을 정복했지만, 결국 몰락했다.
②나폴레옹 3세: 나폴레옹 1세의 조카로, 프랑스 제2제정을 건설한 황제였다. 프랑스 산업 발전에 기여했지만, 보불전쟁에서 패배하면서 퇴위했다.
③오스만 남작: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파리 도시 계획을 주도한 인물이다. 파리의 도로망을 정비하고 공원과 광장을 조성하는 등, 파리를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④루이 16세: 프랑스혁명 당시 국왕으로, 사치스러운 생활과 무능한 정치력으로 민심을 잃었습니다. 결국 혁명 세력에 의해 처형당했다.
⑤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6세의 왕비로, 사치스러운 생활로 비난을 받았다. 프랑스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⑥모차르트: 오스트리아의 작곡가로, 어린 시절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결혼을 제안했다는 썰(?)이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되기 전 세상을 떠났다.
⑦히틀러: 독일의 정치가이자 독재자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개선문 지하에는 그와 관련된 전시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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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의 조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