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보내며
고요 속에 저물어가는 한 해의 끝자락
2025년 마지막 일요일이다. 아내가 병원 출근한 것을 제외하면 평온한 주말이다. 창밖의 겨울바람은 차갑지만, 집 안을 감도는 공기는 따스하고 평화롭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올 한 해를 반추한다.
올해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나에겐 단연코 ‘평온’일 것이다. 광주의 집과 시골집을 오가는 시계추 같은 삶 속에서, 내 인생 어느 때보다 깊고 잔잔한 안식을 누렸다. 광주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안온함을, 시골집에서는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오전에는 마지막 거래처가 될 업체의 유지보수 노동을 하고,
오후엔 독서와 글쓰기 취향을 즐기고,
저녁엔 OTT와 유튜브를 통해 세상이야기를 접하고,
혼술로 하루를 마감하는, 은퇴를 향한 워밍업을 시작했던 해이기도 하다.

단조로움이 선물한 내면의 발견
평온한 날들의 이면에는 단조로움이 배경처럼 깔려 있다. 때로는 권태와 고독이라는 불청객이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젊은 날의 나였다면 그 정적을 견디지 못해 몸부림쳤겠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제는 불청객들에게 차 한 잔을 내어줄 수 있을 만큼 그들과 익숙해졌다. 어쩌면 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내향적 기질이, 이 단조로움이라는 토양을 만나 비로소 꽃을 피운 한 해였는지도 모른다.
은퇴의 길목에서 발견한 혼놀의 미학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취향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집돌이’의 색채를 띤다. 타인의 시선이나 관계의 피로함에서 벗어나, 홀로 노는 즐거움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치열한 경제 활동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면 도태됨을 걱정했겠지만, 은퇴를 향한 길목의 지금에는 자연스러운 순리로 받아들인다.
나이 들수록 혼자만의 시간을 잘 운용하는 것이야말로 타인을 귀찮게 하지 않는 최고의 미덕이라 믿게 되었다. 혼자서도 마음이 충만한 사람은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주변에 징징대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의 가지치기, 그리고 술잔의 철학
물론 마음 한켠에는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찾아가는 만남은 설레지만, 원치 않는 만남이 찾아올 때는 자꾸만 뒷걸음질 치게 된다. 특히 술자리에서 그 성향은 도드라진다.
나는 술이 주는 해방감과 낭만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 강요나 주사가 끼어드는 순간, 술맛은 쓴맛으로 변질된다. 취흥(醉興)은 자유로움 속에서 피어나야 하거늘, 억지스러운 분위기는 나로서는 견디기 힘들다.
사회적 동물로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함을 알기에, 내 취향의 결이 맞는 사람들만 어울리려 하는 편협함이 굳어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경계하게 된다.

평온한 한해를 보내는 내일의 소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무탈하고 평온한 한 해였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을 꼽자면, 지난달 가족들과 함께한 일본 온천 여행이었다. 그동안 가족 네 명이 같은 시간에 맞춰 함께 여행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까지 네 명이 완전체가 되어 떠난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우리 가족으로서는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가족들의 화기애애함은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각인될 순간이었다.
2025년의 태양이 저문다. 화려한 성취나 뜨거운 열정보다는, 올해와 같은 은은한 평온함이 내년에도 가족과 내 삶의 곁을 지켜주기를 소망한다. 아듀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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