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

당신의 흔적을 씻어내리다
시골집 독유당(獨遊堂)에
예고도 없이 아내가 도착한다는 문자가 왔다.
내 생일도, 우리의 기념일도 아니었기에
아내의 깜짝 방문은 설렘의 진동으로 느껴졌다.
간호사인 아내는 이틀의 짧은 연차를
홀로 시골살이 중인 나를 위해 쓰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소년처럼 허둥댔다.
서둘러 거울 앞에 서서 면도를 하고
희미한 스킨을 얹었다.
읍내 터미널로 향하는 길,
핸들을 잡은 손끝으로도 미세한 설렘이 전해져 왔다.
커피도 마시고
옆집에 드릴 빵을 사기 위해 제과점에도 가고
백숙을 한다고 해서 마트에도 갔다.
카트를 밀고 다니는데
신혼 시절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빛바랜 필름처럼 아득해진 신혼 시절.
어느새 우리에게는 멀어진 시절이 되었지만
그때를 회상하며 하루를 보냈다.
오늘 아내가 떠났다.
아내가 다녀 간 시골 마당에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떠난 후의 그리움을 씻어내려는 듯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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