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있는 농담, 영혼 없는 덕담


시골동네 지척에서는 ‘고흥유자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 마주한 셀럽의 ‘영혼 없는 덕담’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한때 ‘돌직구’를 진심이라 착각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아홉 마디 칭찬을 무색하게 만드는 까칠한 한 마디. 즉, 뼈 있는 농담, 영혼 없는 덕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독유당(獨遊堂) 혼놀이야기 모음

관계를 망치는 ‘뼈 있는 농담’과 살리는 ‘영혼 없는 덕담’

2025년 제5회 고흥유자축제장에서

<고흥유자축제>가 열리고 있는 축제장에 시골누님이 식당 부스 하나를 배정받았다. 자연스럽게 축제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저녁에는 무대 공연도 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드럼의 심장 소리와 영혼을 두드리는 베이스의 낮은 웅장함 그리고 올해 최대 슈퍼문이라는 보름달아래 쏟아지는 신디사이저의 선율에 취해 잠시 세상을 잊는다.

뼈 있는 농담, 영혼 없는 덕담 1
2025년 제5회 고흥유자축제

무명과 셀럽의 대화 분위기

축제기간 동안 무대에 서는 가수 중에는 왁스, 육중완, 윤수일, 태진아 등이 눈에 띈다. 나머지는 내가 모르는 무명 가수들이다. 대중의 환호 속에 익숙한 셀럽과 낯선 이름의 무명가수 사이에는 노래 실력 이전에 미묘한 무대 멘트의 결이 존재한다.

무대에 오른 무명가수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노래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애틋한 사연과 절박한 마음을 담아 한 곡의 노래를 띄워 보내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밤하늘에 자신의 별자리를 새기려는 듯 간절했다.

반면, 노련한 셀럽 가수들은 노래보다 먼저 축제의 주최자를 호명하고, 이 땅의 주인인 고흥의 이름을 정겹게 불렀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영혼 없는 덕담을 하나씩 던져 놓는다. 수없이 복제되었을 상투적인 멘트들. 세상은 그것이 세련된 ‘사회생활의 기술’이라 말하지만, 내게는 어쩐지 공허한 메아리처럼 마음 한편을 거북하게 했다.



가시 돋친 진심이라는 착각

난 영혼 없는 덕담을 기피하는 편이다. 굳이 말을 보태야 한다면 아홉 마디의 덕담 끝에 아쉬운 한마디를 덧붙여야 직성이 풀렸다. 방금 건넨 나의 덕담이 진심이라는, 즉 영혼이 담긴 대화라는 나만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이렇듯 아쉬운 지적을 ‘팩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상대의 가슴에 ‘팩폭’이라는 비수를 꽂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까칠했던 나의 언어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는지 뒤늦게 깨닫고 있다. 아홉 번의 따스한 손길도 한 번의 날카로운 할큄 앞에 무력해진다는 것을 그때는 생각하지 않았다. 가까운 친구 중에는 농담을 가장한 나의 뾰족한 진심(?)에 어색한 상황까지 이른 적도 있다.

뼈 있는 농담, 영혼 없는 덕담 2
제5회 고흥유자축제

영혼 없는 덕담에 실어 보내는 온기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손을 잡아준다면 결코 삶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 따스한 대화가 지닌 힘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체감하는 팩트이다. 그렇다면 마음에도 없는 듯한 그 ‘영혼 없는 덕담’은 따스한 대화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영혼 없는 상투적인 덕담이라도,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아부가 아닌 이상, 서먹한 침묵을 깨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이는 부드러운 다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저 상대의 안녕을 바라는 순수한 마음을 담아, 유자차 한 잔을 건네듯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는 것. 그것이 바로 텅 빈 마음에 온기를 채우는 인간적인 대화의 시작일 것이다.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뼈 있는 농담’ 보다는 차라리 ‘영혼 없는 덕담’을 하는 대화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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