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의 짧고 아픈 사랑

시골집 마당에 슬픔을 남기고 떠난 쿵동이
오랫동안 시골빈집을 지키던 길고양이가 숨을 거뒀다. 입에 거품을 물고, 생똥을 싸고 눈을 뜬 채 숨을 거둔 것을 보니, 아마도 제초제와 같은 독극물이 묻은 음식을 먹은 것 같다. 길고양이의 애처로운 마지막 모습이 너무 마음 아프다.
마음속에 스며든 이름, 쿵동이
몇 년 전, 시골집에 오면 턱시도 무늬의 길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고양이 하면 호피 무늬가 낯익었는데, 턱시도 무늬는 길고양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무늬라서 낯설었다. 하지만 길 위의 고단한 삶과는 어울리지 않는, 근사한 턱시도를 차려입은 듯한 작은 고양이로 낯익어갔다.
그동안 길고양이의 이름을 ‘쿵동이’라 불렀다. 딸아이가 기르던 반려묘 이름이 ‘꿍이’ 인데, 나는 웬일인지 ‘꿍이’ 보다는 ‘쿵이’ 발음이 편했다. 자연스럽게 시골집 길고양이는 쿵이의 동생이라는 의미로 ‘쿵동이‘라고 이름 지었었다.

빈집의 유일한 온기, 어머니의 한 마디
쿵동이는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짝짓기를 하는 시기까지 성장하였다. 작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시골집은 빈집이 되었다. 하지만 쿵동이는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은 것 같았다. 매월 한 차례 쓸쓸한 마음으로 시골집을 찾을 때면 유일하게 나를 반기는 건 쿵동이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니 귀여운 마음에 시골집에 올 때에는 고양이 사료를 준비해 올 정도로 정이 들었다. 이런 나를 보고 생전의 어머니께서는 한 말씀하셨다.
“짐승에게 정 주지 마라”
당시에는 모진 말씀 같았지만, 쿵동이를 차가운 흙 속에 묻고 돌아선 오늘에서야 ‘정 주지 마라’의 마음을 헤아리게된다. 언젠가 맞이해야 할 이 슬픔을, 이 아픈 이별을 만들지 말라는 어머니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가슴에 묻은 아픈 다짐
쿵동이의 작은 몸을 비닐에 고이 싸 밭 한쪽에 묻었다. 다음 생에는 부디, 평온한 곳에서 사랑만 듬뿍 받으며 살아가라고 한참을 기도했다. 마당으로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쿵동이가 자주 앉아있던 텅 빈 마당을 보니 마음이 시리도록 아팠다.
또 한 번 어머니의 목소리가 서늘한 바람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그리고선…아픈 다짐을 가슴에 새겼다.
“다시는… 짐승에게 정 주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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